지난 8월 30일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8종에 대해 검정을 완료했다고 발표했어요. 국어, 수학 등 타 교과는 이미 검정을 마친 가운데 유독 역사교과서만 검정이 늦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했었는데요, 기존 7종에 이어 추가된 '한국 학력평가원' 교과서를 검정하기 위해 시간을 끈 것이 아닌가 하는 진단이 있었습니다. 독립기념관장에 독립운동과 일본의 수탈을 부정하는 김형석이라는 사람을 임명한 것을 보면 역사교과서.... 걱정이 많이 되죠?

그럼, 이번 역사교과서 검정 결과에 대해 '한국 학력평가원' 교과서를 중심으로 알아 볼게요!

검정 과정과 내용 오류 논란

이번에 추가된 교과서는 한국 학력평가원이란 단체에서 배포한 역사교과서에요.  이 교과서 현대사 파트 서술에 참여한 역사교사 출신 부산외대 배민 교수는 과거 유튜브 방송에서 “전두환 대통령을 가장 좋아한다”며 학살자 전두환을 칭송한 이력이 있는 뉴라이트 인사입니다. 그리고 출판사가 역사교과서 검정을 신청하려면 최근 3년간 관련 교재 출간 이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학력평가원 출판사는 단 한 건, 그것도 2007년도 수능 문제집을 표지만 갈아 재출간 한 거에요. 2020년 대에 2007년 수능기출집이라니요... 실적 채우기용 꼼수라는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보통 역사교과서에는 7~8명의 저자가 참여하는데요, 특이하게 학력평가원 교과서는 소수의 저자만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알고보니 집필진으로 참여했던 교육부 청년보좌역 직원이 검정 결과 발표 직전인 지난달 21일에서야 뒤늦게 집필진에서 빠진 거에요. 이미 집필은 완료한 상태였죠. 교육부 직원이 직접 교과서 집필에 개입했다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이면서 동시에 윤석열 정권이 역사 교육에 직접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게 되는거에요.

이렇게 심각한 검정과정 문제 뿐아니라 교과서 내용도 과거 특정 교과서를 오류까지 베끼거나 여러 교과서를 짜깁기해서 만들었는데요, 민족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오류 건수도 3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이미 표절 논란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검정통과를 위해 무리하게 교과서를 만들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

친일과 식민지근대화론 서술

일제의 1920년대 문화통치에 대해 “한국인의 정치 참여 기회 확대를 지지”했다는 표현이나 토지조사사업 시행 목적을 조선총독부 입장에서 설명하는 등 일제의 ‘문화통치’를 긍정하는 사례가 적용되었어요. 1919년 민족의 거족적인 비타협 투쟁이었던 3.1운동의 여파로 일제는 잔혹한 '무단통치' 대신 소위 '문화통치'를 진행했어요. 그러나 토지조사사업을 통해 일제가 조선의 땅을 강탈하거나 헐값에 매입하는 등 무늬만 자치였을뿐 식민지배 자체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었죠.

또 독립운동사 서술에서는 김구와 김원봉을 대립시키는 등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진영의 대립과 갈등을 부각하고 '결코 연합할 수 없는 독립운동 세력의 분열'이라는 제목까지 달았는데요, 독립운동의 의미를 축소하거나 부정적 측면만 강조한 겁니다. 실제로는 1930년대 좌우합작 운동인 신간회 운동이나 광복이후 김구 선생님과 김일성 주석의 통일국가 수립을 위한 '남북연석회의' 등 우리 역사에서 민족운동은 이념보다 민족의 이익과 주권을 앞세운 사례가 많음에도 말이죠.

학력평가원 교과서에는 일본의 병참기지화 정책에 따른 당시 조선의 공업화가 이후 한국 경제의 바탕이 되었다는 식민지 근대화론도 서술되어 있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 측은 학력평가원 교과서 뿐 아니라 교육부의 검정 기준 자체에도 문제를 제기했는데요, 식민지 수탈론을 명시했던 2009년 검정 기준과는 달리 2022년 검정 기준에서는 일제시대의 '변화'를 서술하라고 기준이 바뀌면서 가치 중립적인 표현이 쓰였습니다. 이같은 검정 기준이 일본의 강점이 조선과 이후 한국의 근대화를 가져왔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이 날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이승만 독재 미화와 분단체제 공고화

해방시기 1948년 제주 4.3항쟁과 여수순천항쟁을 서술하는데서는 “제주 4.3 사건과 여수순천 10.19사건을 진압하며 반란군을 색출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많은 민간인이 희생되었으나 도주한 반란군의 일부는 지리산 등에 숨어 게릴라 전을 하며 저항했다.”고 표현했는데요, 학살을 자행한 미군정과 이승만 정부를 두둔하는 서술이 포함되었습니다.

또 1945년 815광복절 대신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의 의미를 강조하거나,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을 발표해 분단을 야기시킨 이승만의 정읍발언을 '이미 공산화된 북한에 대응하기 위한 용단'이었다는 평가를 유도하며 이승만의 분단 책임에 대해 면죄부를 주기도 했습니다. 또 미국이 38도선의 그은 의미를 토론해보자며 미국의 분단 책임 역시 면해주려는 유도성 질문이 다분한데요, 토론을 해보자면서 예시로 소련의 남진을 저지하기위해 어쩔수없이 38선을 그엇다는 내용만 서술해주었습니다.

정리하면

이번 역사교과서 검정의 특징은 노골적인 표현 없이도 식민지근대화론이나 반공자유주의와 냉전사관을 주입시키는 전략을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교학사 역사교과서나 박근혜 정권 당시 국정교과서 사태를 거치며 뉴라이트들도 검정을 통과하는 방식을 학습해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뿐만아니라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 학력평가원 교과서 외에 모든 역사교과서에서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서술하는 등 반공자유주의와 냉전사관 흐름이 뚜렷한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윤석열 대통령은 815경축사에서 통일 독트린을 발표하며 대한민국에서 가짜뉴스를 선동하는 반자유, 반통일 세력이 있다며 내부 체제를 단속해야한다고 주장했는데요, 그 뒤에 친일, 독재, 반공 미화 교과서 검정이 무리하게 통과되었습니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자연스럽지요? 어쩌면 이번 역사교과서 검정 논란이 끝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