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 노무사의 노동톡톡 [윤석열식 노동개악의 운전대를 잡은 김문수]

막말로 2등이라고 하면 서러워할 김문수 전 경사노위 위원장이 최근 노동부 장관 임명장을 받았습니다. 청문회에서도 ‘특유의’ 역사 인식을 뽐내면서 화재를 만들어 내더니 기어코 장관의 자리에 앉아 앞으로의 노동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노동 개혁’에 대한 의지를 밝히며 “가장 중요한 것은 유연성이다.”라고 했습니다. 첫 번째로는 노동시간의 유연성, 두 번째로는 임금구조의 유연성이었습니다. 

노동시간의 유연성은 노동자가 노동시간이나 형태에 대해 선택권을 지닐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인데 말처럼 시행될 것인지 의문입니다. 현재도 ‘선택적 근로시간제’가 마련되어 있고 핵심 근로시간 외에는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10시간 근무하고 내일은 6시간 근무해서 평균으로 8시간이면 되는 것이죠. 다만, 10시간 근무해도 8시간을 초과한 부분에 대해 연장수당은 주지 않는 것입니다. 대기업 외에는 사실 시행되는 곳을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대표가 역할을 하는 사업장이라면 의미가 있겠으나, 그렇지 않으면 근로시간에 대한 유연성은 사용자의 전유물이 될 수 있습니다. 근로시간제는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대표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없는 대다수 사업장에서는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기능하기는 어렵습니다. 손님이 많다고 오늘은 일을 더 시키고, 내일은 일찍 퇴근하라고 하더라도 연장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는 꼼수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임금구조의 유연성 사례로 임금피크제를 제시했습니다. 과거 고령자법이 개정되면서 정년이 60세가 되었고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장려했습니다. 원래 정년이 55세인데 60세로 늘어났으니 55세 이후 혹은 55세 전후로 임금을 삭감하는 회사가 늘어났습니다. 문제는 숙련도가 떨어진 것도 아니고, 일을 적게 하는 것도 아닌데 정년이 늘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임금을 적게 받는 것이 합당하다고 볼 수 있는지입니다. 최근 일부 사례에서는 임금피크제가 고령자에 대한 차별이라고 보아 효력을 부정하기도 했습니다. 

임금을 삭감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노동자의 평상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함이죠. 임금구조가 유연해진다면 당사자의 동의가 없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임금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것이기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현재 임금구조가 경력에 따라 증가하는 연공급, 호봉제가 다수이기에 이런 것을 유연하게 하겠다는 심산으로 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문수 노동부 장관에게 노동개악의 지휘봉을 넘겨주었고 앞으로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김문수 장관은 도지사 시절에도 파업 중인 노동자를 ‘자살특공대’에 비유했고, 건설노조가 양회동 열사의 분신을 방조했다고 하더니 화물노동자 파업에 대해서는 손배폭탄이 특효약이라 할 정도로 극단적인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반노동 인사’가 노동부 장관에 임명된 상황이 참으로 개탄스럽습니다. 향후 노동개악에 맞선 싸움에 힘찬 연대가 필요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