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특별법 거부, 재난을 대하는 국가의 태도]

비정하다는 말밖에....

지난 1월 30일 윤석열 정부는 '10.29이태원참사 특별법'에 끝내 거부권을 행사했어요. 당시 엄동설한에도 불구하고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희생자 수를 상징하는 15900배를 며칠째 이어갔습니다. 언 땅에 얼굴을 파묻고 서울시청 분향소에 마련된 영정에 절을 하는 유가족들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특별법 거부한 정권. 비정하다는 말밖에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할로윈 축제. 코로나 이후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 되었지만 정부는 방지대책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또 당시 피해자들에대한 통제도 없었고 빗발치는 구조 요청도 무시되었죠. 경찰, 소방, 지자체 그리고 정부가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입니다.

재난 후 사태를 수습하고 진상을 밝혀야했을 정부는 재난 발생 이튿날인 11월 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통해 '참사'를 '사고'로, '희생자'를 '사망자'로 표현하도록 강제했어요. 그리고 느닷없이 5일 간의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하고 시청광장에 영정하나 없는 분향소를 차리고 애도를 강요했습니다. 정부의 첫 대책이 정부에게 책임이 미칠 파장을 축소하는 정책이었던 거에요. 참사 발생 직후 대통령 등에게 보고할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경찰청 작성 '정책참고자료' 문건을 보더라도 '시민단체들이 정부 책임론을 들고 나올 수 있다'느니 '언론에서 정부 책임을 부각하는 보도가 늘고 있다'느니하는 사찰 내용이 대다수 였어요.

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과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며 정부 책임이 없다는 식의 발언을 해 공분을 사기도 했는데요, 할로윈 축제 전 서울 경찰청에서 발행한 '정보보고서'에 따르면 경찰은 당시 10만 명에 다다르는 인파가 몰릴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안전관리가 아니라 이태원에서 '마약'이나 '성범죄'가 예상된다느니 '윤석열차' 등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하는 코스튬이 예상된다느니 하는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내용이 다수 였어요. 국민에게 안전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정권의 안보에만 취중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거죠.

조사위원 추천에 유가족 추천 몫이 빠지는 등 민주당 등 정치권의 소극적 태도와 여당의 반대로 특별법은 이미 누더기가 된 상태였어요. 그럼에도 정부는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편향됐다며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동시에 유가족들에게 지원금이나 의료비를 지원한다는 '종합대책'을 발표했어요. 유가족들은 정부가 "돈으로 모욕했다"며 종합대책을 거부했습니다. 사실 행정안전부 장관, 용산구청장, 경찰청장, 서울시 경찰청장 등 고귀 공직자 중 제대로된 처벌을 받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오직 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실무자 한 명 만 처벌을 받았어요. 사회적 재난에 국가의 책임을 부정하고 있는 정부입니다.

최근 대법원에서 현대제철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불법파견을 인정하여 현대제철 소속 노동자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파견에 대해서는 몇 차례 보신 적이 있죠? 

나는 A 소속인데 B 공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B는 나의 사장도 아닌데 자꾸 일을 시킵니다. 밖에서 보면 A와 B가 하나의 작업집단을 이루어 일하는 것 같습니다. A라는 회사는 알고 보니 사실상 별다른 전문성도 없고 그냥 B 공장에 사람을 보내기 위해 존재합니다. 이럴 때는 ‘파견’ 관계라고 합니다. 

현대제철도 그러했습니다. 현대제철은 상세한 작업표준을 정했고 당연히 파견 노동자들은 이에 따라 일했습니다. 그리고 파견 노동자들은 생산에 필요한 지원업무를 수행했기에 현대제철의 주요 생산과정의 흐름과 연동될 수밖에 없었고 하나의 집단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파견 노동자들이 소속된 업체는 전문성이나 기술, 자산도 거의 없었고 사실상 인력을 파견하기 위해 설립되어 현대제철과 계약이 해지되면 폐업하였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노동자들은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우리는 파견 노동자다’라고 주장하면서 2년 이상 일했다면 직접 고용하거나 직접 고용된 것이라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전체 12개의 공정에서 일했던 파견 노동자 중에서 3개 공정에 대해서는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 증거자료를 더 검토하라고 했지만, 나머지 공정에 대해선 파견 관계를 모두 인정했다는 것이 주요한 의미라 하겠습니다. 

내가 고용한 사람도 아닌데 일을 시킬 수 있다면 사장님 입장에선 그것만큼 좋은 것이 없겠죠. 책임은 안 지는데 마음대로 부려 먹어도 됩니다. 이번 판결을 부려 먹었다면 책임을 지라는 것이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형적인 고용방식을 바로 잡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