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역사정의/한반도평화/세계/민생/민주

  

안녕하세요 구독자여러분!

편집자의 신혼여행으로 레터 발행이 늦어진 점 양해 말씀드립니다.

상쾌한 마음, 더 나은 레터로 돌려드리겠습니다. 

청년주간

입니다

2024년 1월 28일 군마현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 앞에서 '추도비를 지키는 모임' 주최 마지막 추모행사가 진행되었어요. 그리고 다음날, 군마현은 강제동원된 조선을 추모하는 이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를 철거하기 시작했습니다.

직접적인 이유는 2012년 이 곳에 진행된 추모행사에서 '강제동원'이라는 단어가 언급됐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일본 극우단체는 이를 문제시 삼았고 군마현은 이를 받아들여 2014년부터 설치 허가에 대한 갱신을 거부합니다. 그리고 긴 재판 끝에 2022년 일본 최고재판소(한국의 대법원 격)가 군마현의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확정했고 지난 달 말부터 행정 대집행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본 '추도비를 지키는 모임' 측은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양심이 갈기갈기 찢겼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모임은 “죽은 사람을 추도하는 시설을 공권력이 마음대로 없애는 걸 용서할 수 있을까”라며 “분노를 느낀다. 군마현이 역사의 큰 죄를 남겨 매우 유감”이라고 반발했습니다.

1995년 일본 패전 50주년을 기념하며 군마 시민들이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인 희생자를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한반도에서 군마의 광산과 군수공장 등에 강제동원 된 조선인 노동자는 약 6천여명. 이 가운데 300~500여명이 목숨을 읽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들을 기리고자 군마의 시민들이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를 세운 겁니다.

2004년에 세워진 추도비 안내문에는 "일본이 조선인에 대해 크나큰 손해와 고통을 입힌 역사 사실을 깊이 기억에 새기고 진심으로 반성하여 (중량) 과거를 잊지 말고 미래를 내다보며 새로운 상호 이해와 우호를 바란다"고 적혀 있습니다.

일본 혼슈에 위치한 군마현 다카사카시 현립 공원 '군마의 숲'. 사유지가 아닌 일본 현이 관리하는 공원에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가 있는 건 매우 드문 일입니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건 일본 내 양심적인 시민들의 노력 뿐아니라 시대적 배경도 한 몫했습니다.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침략 전쟁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1995년), 식민 통치에 대한 통절한 반성, 사죄를 언급한 김대중-오부치 선언(1998년) 그리고 과거사 반성에 기초한 보상 등을 논의한 북일평양공동선언(2002년) 등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에 기초한 관계 정상화 분위기가 '군마현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의 설립을 가능케 했던 겁니다. 그래서 이 추도비는 한-일 우호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묻지마 한일과거사 봉합만이 한일 관계 개선의 유일한 길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가 군마현 현립공원에 세워진 과정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일본 정부가 진정으로 식민지배를 사죄하고 군국주의 부활을 포기하면 진정한 한-일 우호관계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그러한 상징을 끝내 부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