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6월 2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결의안 82호를 한국사태가 "평화의 파괴"를 구성한다는 결의를 하고 잇따라 6월 27일 83호(원조), 7월 7일 84호(군사)를 결의합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7월 7일에 결의한 안보리 결의 84호 입니다. 84호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는 "미국 통합사령부 창설을 권고한다"(Recommends that .....(중략).....a unified command under the United States of America)라고 되어있죠. 유엔 군대가 아니라 미국 사령부 창설을 권고한 겁니다. 또 유엔안보리 결의에서 의무 조항인 '조치'와 권고 사항인 '권고'는 명확히 구분되는 개념입니다. 그러다 7월 24일 사령부를 창설하는 날 갑자기 미군 사령부가 '유엔군사령부'로 바뀌게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미군 사령부를 구성하려면 미국 의회에서 전쟁 선포를 해야하는데 이게 되지 않은 거죠. 그래서 유엔의 이름을 빌려 사령부를 구성하기로 한 겁니다. 유엔 법적 근거는 없었습니다. 당연히 유엔의 지휘 감독을 받지도 않았습니다. 당시 미국 유엔대사였던 오스틴 역시 미국이 유엔사라는 이름을 그들의 목적에 따라 도용했음을 인정했습니다. 분쟁지역에 유엔이 공식 군대를 파견하는 것과 미군이 개입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냉전이 심화되던 1960년 초, 어떠한 군사 블록에도 가담하지 않겠다는 제3세계(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을 중심으로 '비동맹운동'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1960년대 비동맹운동회의 가입국들이 대거 유엔에 가입하게 됩니다. 비동맹운동 회원국들은 내전과 지역 분쟁을 해결하는 방안 중 외국군 철수 문제를 화두로 던지게 되고 그 과정에서 한국에 있던 주한미군 문제가 대두되게 됩니다. 그런데 전쟁이 멈춘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한국에는 미군이 '유엔사령부'라는 형태로 존재하고 있었던거죠. 그래서 1975년 유엔 총회에서는 유엔사령부 해체 결의안이 통과됩니다. 그러나 미국은 해체 결의안이 통과됐음에도 유엔사령부를 해체하지 않고 여전히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사령관을 겸하고 있습니다. 1994년 유엔법률국이 "유엔사령부가 유엔과 관계없다"는 것을 확인해줬음에도 불구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