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2일부터 14일까지 한미일국방장관회담, 한미안보협의회(SCM), 한-유엔사 국방장관회담이 연이어 열렸습니다. 미국 오스틴 국방장관 방한으로 열린 이번 회의들은 이름은 다르지만 한미안보협의회(SCM)을 중심으로 연계된 회담이었는데요, 특히 최초로 유엔사 국방장관회담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회의를 통해 한국은 미국의 패권 전략에 더 깊숙이 개입하게 되었습니다.

1. 한미동맹, 한반도도 인도태평양지역(중국)도 넘어 세계 패권 전쟁까지?

이번 한미안보협의회에서는 “한미동맹이 자유, 인권, 법치 등 공동의 가치에 기반한 한반도 및 세계의 평화, 안정, 번영의 핵심축임을 재확인”했습니다. 여기서 가치란 미국이 추구하는 세계 질서에 동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한미동맹이 한반도 범위를 넘어 미국의 세계 패권을 위해 활동할 수 있다는 것도 읽을 수 있습니다. 추가로 '한미동맹 국방비전'을 승인하였는데요, 이번 비전 발표를 통해 양측은 북한에 대응한 확장억제 노력의 향상, 과학기술동맹으로의 진화를 통한 동맹능력의 현대화, 유사입장국과의 연대 및 지역안보협력 강화라는 향후 30년간 동맹협력의 3가지 핵심축을 제시했습니다.

정당성은 차치하고서라도 한미동맹은 본래 한반도 지역의 안정을 명목으로 역할을 해왔습니다. (실제로는 나토와 비슷하게 북한을 붕괴시키는게 목표입니다) 근 몇 년간 미국이 대중국 견제 정책을 펴오면서 한미동맹의 범위가 인도태평양 지역까지 넓어졌는데요, 이번 한미안보협의회에서는 그 범위를 ‘세계’로 확대했습니다. 여기서 세계는 미국 패권 전략이 펼쳐지는 곳으로 현재는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지역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미 한국 정부는 올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50만 발을 공급했고 이스라엘에도 무기 수출을 지속하며 사실상 참전국 행세를 해왔습니다. 당연히 그에 따른 책임도 따릅니다. 러시아와 적대관계에 서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학살을 지원하는 오명까지. 한미동맹을 이유로 무엇까지 감내해야 하나요?

2. 많아지는 한미연합전쟁연습, 커지는 야외 실기동 훈련. 게다가 미국 핵 시나리오가 한반도에 적용?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이미 지난해 1.5일에 하루꼴로 진행되었고 그 내용도 방어를 생략하고 반격에 초점을 맞추거나 미국 핵 전략자산 등이 동원되는 등 북한을 대상으로 공격에 방점이 찍힌 채 진행되어 왔습니다. 여기에 더해 한미당국은 향후 한미 연합연습 시 북핵 사용 시나리오를 포함하고 야외실기동훈련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시나리오는 더 적대적이고 내용은 실제 기동 훈련이 늘어나 사실상 전쟁연습의 모습입니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중요시하는 북한에 대한 확장억제를 재차 강조했는데요, 이번 한미안보협의회에서는 미국의 선제 핵 공격 시나리오를 명시한 <2022핵태세검토보고서>를 기반으로 한반도에 확장억제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또 북한을 더 압박하는 방향으로 <맞춤형 억제전략>을 개정하고(2023 TDS) 전략을 바탕으로 회의(EDSCG)와 훈련(DSC TTX)을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2달 동안만 핵 폭격기와 핵 항공모함 등 미국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여러 차례 들락날락했는데요, 이번 합의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미국의 핵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미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는 확대가 아니라 중단해서 한반도 평화의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3. ‘가짜’ 유엔사 강화, 무엇이 문제일까?

사상 최초로 열린 한-유엔사 국방장관회의에서는 안보위협 행위나 무력공격 시 관련국들의 공동대응에 합의했습니다. 안보 위협을 명분 삼아 한반도에 타국 군대의 군사적 관여가 가능하게 된 것이에요.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예를 들어 일본이 북한의 위협을 명분으로 군사 대국화를 꾀하는 것도 모자라 유엔사 관련국 자격으로 한반도 문제에도 개입할 수 있는 상황이 열린 것이죠.

유엔사 하면 “유엔의 기구인가?” 싶지만 역대 유엔 사무총장들도 밝혔듯 사실 유엔사는 유엔의 공식 기구가 아닙니다. 그저 이름만 유엔이 붙은 미국 주도의 다자 군사기구에요. 최근에는 유엔이 유엔사에 유엔 깃발을 사용하지 말라고 통보한 일도 있었죠. 심지어 1975년 한국과 미국의 동의로 유엔 총회에서 유엔사 해체 결의안이 통과되었고 이후 억지로 유엔사를 유지한 한미당국은 유엔사에 정전체제 관리자로서의 역할만 부여한 상태였어요.

그런데 이번 회의들에서 유엔사의 북한 공격 억제(한미안보협의회), 한반도 전쟁 억제(유엔사 국방장관 회의) 등 군사적 권한과 역할을 강화시켜 주었습니다. 나토의 확장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켰듯 유엔사의 재활성화가 동아시아 위기를 더욱 격화시킬 것이 우려됩니다.

힘에 의한 평화,‘북한 정권 종말’과 같은 적대적 정책과 언사로는 긴장과 대결, 군사위기만 고조되고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같은 과감한 변화를 꾀해야합니다. 정부의 목표가 한반도 긴장 고조가 아니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