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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참사 다음날부터 6일 간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설정하고 분향소를 설치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매일 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했는데요, 그 분향소는 위패도 영정사진도 없는 빈 분향소였습니다. 유가족들에 따르면 정부는 명단이 있었음에도 유족들이 서로 연락을 취하지 못하게 명단을 공유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정부관계자는 유족들에게 서로 연락하지 말고 정부와 1대1로 해결해야 문제 해결이 쉽다고 회유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국민들은 누구에게 어떤 마음으로 애도를 해야할지도 모른체 애도기간을 보냈습니다.

지난 1월 13일 1차 수사를 종료한 특수본이 결론 내린 이태원 참사의 원인은 인구 과밀에 따른 유체화(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신체가 떠밀리는 현상)에요. 하지만 그정도 원인은 참사 발생 며칠도 안되 언론에서 너나없이 다뤘던 내용이었습니다. 군중 유체화는 사고의 원인은 될 수 있지만 참사를 막지 못한 원인이 될 수는 없습니다.

특수본은 진상규명보다는 처벌에 중점을 두었는데요, 안전의 고위급 책임자면서도 참사 뒤 "경찰을 더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 아니었다"고 발언한 이상민 행안부장관이나 윤희근 경찰청장 등은 송치하지 않거나 현장 책임자만 기소해 꼬리자르기식 처벌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어쩌면 책임 소재를 밝힐 진상규명에 소홀한 당연한 결과일까요....

2022년 11월 24일부터 45일간 예정이었던 국정조사는 여당, 야당이 국정조사를 예산안처리 볼모로 삼으면서 한 달이 지나서야 현장조사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10일이 연장되었지만 전체 국정조사 기간 중 절반을 허송세월해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냈었죠.

국정조사에서는 약간의 성과도 있었는데요, 당일 경찰 병력이 이태원의 안전이 아닌 대통령 비판 집회 관리에 집중했다는 용산경찰서장의 발언이나 2022년 7월부터 정부 주도로 마약수사에 강력한 드라이브가 걸려 이태원 참사 당일에도 안전보다는 마약 수사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는 서울경찰청장의 발언 등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짧은 기간과 위증 그리고 자료 제출 거부로 구체적인 진상규명은 이뤄질 수 없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일 진상규명에 도움이 되었던 vip와의 해경통화 녹취본과 같은 통화 녹취본 등에 대해 관련기관은 모두 자료 제출을 거부했습니다. 사유는 지금은 녹취가 의무가 아니라 진행하지 않아서 녹취파일 자체가 없다는 건데요, 녹취를 중단한 시기가 2014년 11월 그러니까 세월호 참사 직후입니다. 세월호 참사의 교훈이 국민 생명을 우선에 둔 시스템 마련이 아니라 책임 소재 지우기가 되버린 씁쓸한 현실입니다.

 

 

올해에는 경찰이 매년 실시하던 '다중 인파 운집 대비'에서 손을 떼고 마약 수사에만 집중했습니다. 10만 명이 모일 것이 예상되었던 이태원에는 이태원 파출소 대원들을 포함 해 137명의 경찰이 이태원 참사 당일 현장에 투입돼 있었지만, 절반이 넘는 69명이 사복 경찰이었고, 그중 50명이 마약 수사를 위해 투입됐습니다. 서울경찰청장도 국정조사 당시 윗선의 마약수사 지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는데요, 유족들의 증언에 따르면 희생자들이 알몸 검시를 받은 상황이었고 경찰을 통해 마약 검사 동의를 요구 받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졌습니다.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위해 안전 관리를 등한시 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입니다.

또 참사 당시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경찰은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집회 시위 관리에 집중돼있어 정작 이태원 현장에 투입된 경찰병력은 극히 소수에 불과했지요. 윤석열 정부가 국민들을 생명을 보호해할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 관리의 대상, 잠재적 범죄집단 취급을 했던 것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일 6시 34분부터 '압사'가 언급되며 신고가 빗발쳤음에도 경찰은 이태원으로 향하지 않았으니까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국정조사에서 추모공간 설치와 가족 명단 공유, 유가족 소통공간 마련을 즉시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정부는 지금까지도 이태원 참사 유가족 명단을 유가족 협의회에 공유하지 않고 유가족 간 소통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세월호참사 이후 기득권은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배운 것이 아니라 어떻게하면 진상규명 요구를 묵살 시킬 수 있을지를 학습한 것 아닐까요.

얼마 전 시청에서 열린 10.29이태원참사 시민추모대회에서 고 유연주님 언니 유정 님은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더 나아가 또는 술자리에서 밥을 먹고 술을 마셨다고 해서 또는 놀러 나갔다고 해서 죽어 마땅한 사람은 없습니다. 꼭 도구나 폭행 등의 물리적인 행위를 통한 것만 살인이 아닙니다. 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당연히 그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서 사람이 죽었다면 그것 또한 살인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가 지금 거리에 나와 있는 이유는 놀러 갔다가 죽은 사람을 기리기 위함이 아니라 국가가 국민에 대한 보호의 책무를 다하지 않아서 희생된 159명에 대한 추모를 하기 위함입니다."라고 목소리를 내었는데요. 유가족들이 바라는 것이 그저 위로가 아닌 명확한 진상규명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을 위한 시민들의 연대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시청 앞 분향소에 방문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유가족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봐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