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개정안, 살펴볼까요? (2탄)
지난 노동톡톡에서는 노조법 개정안 중에서 손해배상과 관련된 부분을 살펴보았는데요. 이번에는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한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노동법에서는 노동자와 사용자를 정하는 게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노동자에게만 노동법이 적용되고 사용자에게만 법적 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원하청 관계가 복잡할 때는 노동자와 사용자를 정의하는 것부터가 중요합니다. 이번에 노조법이 개정된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아래와 같은 내용을 신설한 것입니다.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
작년 노동톡톡에서 소개했었는데요. 용돈을 올려달라는 재선이가 엄마와 아빠 중에서 누구와 대화할 것인지의 문제였습니다. 실제로 용돈을 주는 사람은 아빠인데, 실제로 이를 결정하는 사람은 엄마입니다. 아빠에게 이야기하면 “엄마랑 먼저 대화해”라고 하고, 엄마에게 이야기하면 “나는 용돈을 주는 사람이 아니야.”라고 합니다. 이제 이런 문제는 노조법 개정으로 해결될 수 있습니다. 용돈을 실질적으로 구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엄마와 대화해서 풀어야 합니다.
과거에는 내가 일하고 있는 사업장의 사장님이 사용자였습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이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원하청, 위장도급, 파견, 특수고용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근로관계가 형성됨에 따라 ‘진짜 사장’을 찾는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노동삼권’은 헌법에서 정한 권리이므로 노동조합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고 일부 사건에서는 원청에서 교섭에 응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이런 변화를 반영하여 이번 노조법 개정안에도 ‘진짜 사장’도 노조법에서 정한 ‘사용자’라고 명시한 것입니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라는 표현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가 앞으로 쟁점이 될 것이고 이에 대한 노동부의 세부 지침도 나올 것이라 예상됩니다. 이번 노조법 개정을 통해 ‘노동삼권’ 보장에 한 발짝 다가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사용자의 범위는 넓혔는데 ‘노동자’의 범위는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사용자를 찾는 것이 어려워진 것만큼 누구를 노동자로 볼 것인지도 중요합니다. 점점 증가하고 있는 플랫폼, 특수고용 형태는 여전히 사업주와 노동자의 중간 정도에 머물러있습니다. 산재보험이나 고용보험은 가입할 수 있으나 노동자의 권리는 모두 누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번 개정으로 끝낼 게 아니라 노동자 범위 확대, 근로기준법의 적용 범위 확대까지 논의가 넓어질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