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개정안, 살펴볼까요? (1탄)
노조법이 개정되었죠. ‘노란봉투법’이라고 불리는 법안인데 최초 발의가 된 후 20년이 걸렸습니다. 처음에는 노동조합에 대한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막아보자고 거론되었습니다. 제가 새내기였던 2003년 대학가에는 두산에서 판매하던 소주(처음처럼의 전신이죠)에 대한 불매운동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두산중공업이 파업을 이유로 노동조합에 65억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조합원들 역시 월급이 압류되는 상황이라 이에 항의하고자 배달호 열사는 스스로 몸에 불을 붙였습니다. 두산에서 운영했던 KFC 브랜드 역시 가지 말자는 이야기가 나왔었죠. ‘손배가압류’를 막자는 목소리를 그렇게 시작되었고 쌍용자동차 파업 이후에도 더 확대되었습니다. 그렇게 22년이 지나서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막고자 노조법이 개정되었습니다.
기존 노조법에는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라고 되어 있었는데 이 규정만으로는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법에서 보장하는 노동조합의 활동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막고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노동조합 활동에 대해서는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명시했습니다. 회사의 불법적인 부당노동행위에 대응하고자 노동조합에서 파업이나 단체행동을 했다고 해서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는 시도를 막기 위해 “사용자는 노동조합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거나 운영을 방해할 목적 또는 조합원의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고 손해를 입히려는 목적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여서는 아니된다.”라는 규정도 신설했습니다.
그리고 손해배상책임을 근로자에게 인정한다고 해도 개별적인 책임비율을 정하여야 한다고 신설했습니다. 과거에는 ‘노동조합과 조합원 10명은 50억을 연대하여 배상하라’라는 식으로 판결하였기에 노동조합은 물론이고 조합원의 생계가 심하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회사에서 ‘조합에서 탈퇴하면 너는 빼줄게’라는 회유가 가능했기에 노동조합 파괴의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했습니다. 조합을 탈퇴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배상할 사람은 줄어들지만, 손해배상금은 그대로인 구조였기에 1인당 배상할 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각각의 책임비율을 따져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 내용을 법에 반영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벌써 일부 언론은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 같은데요. 한국에서 철수를 검토한다거나 성장에 제동이 걸린다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청년의 일자리를 뺏는다고 기자회견을 하는 청년도 있더라고요. 여태껏 법이 부실해서 악용된 과거 사례를 전혀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잘못된 걸 바로 잡는 과정에서 법이 개정된 것이지 ‘무법천지’가 된다는 이런 이야기는 과도한 선동에 불과합니다.
22년 전 손배가압류에 항의했던 배달호 열사는 유서에서 “공정해야 할 재판부가 절차를 거쳐 쟁의행위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불법이라니 가진 자의 법이 아닌가”라고 남겼습니다. 노조법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