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산재 이야기
최근 ‘노무사 노무진’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실제와 비슷하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귀신들이 노무사를 찾아와 사건을 해결해달라고 하는 내용인데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보니 관련 사건을 알고 보면 드라마 속 이야기로만 보이지는 않습니다. 물론 대다수 노무사가 ‘노무진’처럼 일하지는 않습니다. 저도 귀신을 보지는 못하는데 간혹 귀신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이 이야기는 뒤에서 이어 하겠습니다.
드라마 내용을 살펴보면 현장실습생의 죽음을 은폐한 사건,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겪었던 괴롭힘(태움)과 죽음, 서울대학교 기숙사 청소노동자의 죽음(괴롭힘), 코스트코 주차장 사망사건(폭염)과 같이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드라마 속 사건들은 언론에도 많이 보도되기도 했고 산재로 승인되었던 사례들입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건도 훨씬 많습니다.
업무상 사고로 한 해에 목숨을 잃는 분들이 하루에 2명, 1년이면 700명이 넘습니다. 여기에 질병으로 사망한 분들을 합치면 2,000명이 넘죠. 업무상 사고의 원인을 보면 떨어짐(추락) 사고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리고 끼임, 부딪힘, 물체에 맞음, 깔림으로 인해 사망 사고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다수 건설업과 제조업에서 발생하죠.
그리고 업무실 질병은 진폐증을 제외하면 뇌심혈관계 질환이 가장 많습니다.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나 뇌출혈로 인해 사망한 사례죠. 저도 최근 2건의 사망사건(질병)을 맡게 되었는데요. 한 건은 60세의 가장의 이야기입니다. 아침 8시부터 늦은 20시까지 근무한 후 일어서다가 쓰러졌고 병원으로 옮기기도 전에 사망했습니다. 시멘트공장이라 분진이 심했는데 보호구라도 제대로 지급되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사장은 장례식에 얼굴을 한 번 비췄을 뿐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떻게 사고가 났는지 유족 측에게 어떤 설명도 해주지 않았습니다. 사내하청이라 원청의 허가가 있어야만 현장을 볼 수 있다 보니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한 젊은 청년은 퇴근 시간이 되어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지면 관리자 자리로 옮겨서 연장근무를 했습니다. 회사 공식 기록으로는 남아있지 않겠죠. 회사에서 중요한 일을 맡았고 고객사와 갈등이 있었던 대화는 확인되는데 회사 측에 요청한 자료는 아직 묵묵부답입니다. 돌아가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에선 휴대전화나 주변 동료의 도움이 없이는 산재로 인정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드리마 속의 사건 외에도 많은 노동자가 일하다가, 일로 인해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산재로 신청해서 인정돼야만 통계로 잡히는 것이니 더 많겠죠. 억울한 죽음이 없어져서 관련 내용으로 드라마가 될 일이 없어지는 날이 어서 와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