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4일 오전 10시, 화성시 아리셀 공장에 적재된 전지에서 불꽃이 튀었고 20초 만에 큰 화염으로 번졌습니다. 일부 직원은 소화기로 불을 끄려고 애썼고 일부는 비상구를 이용하여 화마를 피했습니다. 하지만, 일용직 형태의 파견노동자들은 대피 방법도 몰랐고 비상구도 찾지 못하고 화마에 희생되었습니다. 아리셀 박순관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으로 구속되었고 얼마 전 1차 공판이 진행되었습니다.
박순관 대표는 법정에서 준비한 사과문을 읽었지만, 책임은 회피하고 부정했습니다. 우선, 아리셀 측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작성하면 합의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유족들을 개별적으로 회유하고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사건을 살펴보면 피해자 측과 합의했을 때 집행유예를 받은 비중이 크기 때문입니다.
법률대리인 김앤장은 박순관 대표가 직접 경영한 건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기도 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조치를 위반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기에 박순관 대표는 대표이사라는 직함만 있었을 뿐 실제 경영은 본부장이 담당했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본부장은 박순관 대표의 아들입니다. 아들에게 중대재해처벌법의 책임을 떠넘기고 본인은 ‘몰랐다.’라는 식으로 처벌을 회피하려는 것입니다. “책임을 통감한다.”라는 사과문은 재판관을 향한 변명이었을 뿐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책임은 1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유족들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참사 해결을 위한 대책을 요구했습니다. 왜 삼성이지? 이라는 의문이 생길 텐데요. 아리셀의 모회사인 에스코넥은 매출의 90%를 삼성과의 거래에서 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은 협력회사에 대한 규범을 두고 있는데 협력회사에 위험과 안전을 관리하도록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요구를 거부할 때는 거래를 중단할 수 있다고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유족들은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촛불을 밝혔던 것입니다.
산업재해가 발생한 후 현장 관리자 몇 명만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위험 공정을 발주한 원청의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는 상황에서 ‘난 대표가 아니다.’라는 박순관 대표의 주장은 비난받아야 마땅합니다. 제대로 된 안전교육도 없이 파견노동자에게 일을 시켜 가장 이득을 본 자가 누구인가요? 박순관 대표는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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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투쟁사업장들 농성 이야기
구미 옵티칼 고공농성 – 박정혜, 소현숙 두 여성노동자가 1년 넘게 구미 공장 옥상에서 고공 농성중입니다. 구미 옵티칼은 2022년 공장 화재를 핑계로 공장을 폐쇄하고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했습니다. 그러나 화재는 핑계일뿐 이미 2010년대 말부터 노동자들 해고하려하다 실패했었습니다.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일본 닛코덴소 회사가 100프로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로 노동자들은 닛코덴소의 다른 자회사로의 고용승계를 주장하며 농성중입니다.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의 농성 – 한화오선(구 대우해양조선) 하청노동자면서 거제, 통영, 고성의 배 만드는 노동자들이 한화 본사 앞에서 상경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원청과의 직접 교섭, 고용안정과 임금인상을 목표로 이미 거제 조선소에서 수십일간의 단식 농성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소 노동자들은 지난 2023년 조선소 점거 파업을 진행할 당시 ‘이대로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라는 구호를 들고 투쟁하기도 했습니다.
세종호텔 해고노동자들의 농성 – 2021년 명동 세종호텔 민주노조 조합원 15명이 코로나19를 이유로 정리해고를 당했습니다. 이것 역시 2011년부터 진행된 노조파괴와 외주화의 결과일 뿐이었죠. 280명이던 정규직 22명까지 줄어들었고 나머지는 비정규직 노동자로 메꿔졌습니다. 식당도 외부업체가 들어왔고 그 결과 세종호텔은 4성급 호텔에서 3성급 호텔로 강등되기도 했답니다.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들은 매주 목요일 명동 세종호텔 앞에서 투쟁문화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