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4일 윤석열 정부는 9.19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하면서 군사분계선(MDL)과 북방한계선(NLL) 5KM 이내 실사격 훈련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어요. 5월 10일 남측의 일부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살포에 북측이 소위 '오물풍선'을 보내며 대응했는데요, 윤석열 정부는 여기에 대북전단살포 중단이라는 해결책 대신 9.19군사합의를 파기하는 선택을 한겁니다.

접경지역에서의 군사행동은 충돌을 야기할 수 있어 9.19 군사합의에서 제어해왔는데요, 전문가들은 군사분계선 주변 훈련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우리에게 NLL로 익숙한 북방한계선 주변에서의 사격훈련은 즉시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고하고 있어요. NLL. 많이 들어도 보고, 서해 상에서 남북이 충돌할 때마다 논란이 되었던 북방한계선에 대해 알아봅시다. 

NLL은 이승만의 북진을 막기 위해서 만들어졌어요.

• 기원은? 모티브가 된것은 한국전쟁 중인 1952년 미군 육군사령관 클라크가 설정한 '클라크 라인'이에요. 북한을 해상봉쇄하기 위한 선을 설정한건데요, 1년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에서 해상 봉쇄를 정전협정 위반으로 합의하면서 클라크 대장은 클라크라인을 해제합니다. 애초에 국제법이나 유엔의 승인을 받은 선도 아닌 일방적인 선이었죠.

• 정전협정 체결 후에도 이승만은 북진통일을 외치며 단독으로라도 전쟁을 일으킬 결심을 나타냈습니다. 이에 미국 측은 이승만 측에 전쟁을 감행하지 말라고 서면 등을 통해 경고했고, 그 과정에서 '클라크 라인'을 차용해 남측 해군의 북방을 저지하기 위한 선 북방한계선(NLL, northen limit line)을 선포했어요. 미군이 한국군에 적용하는 내부 규정 성격의 선인 겁니다.그런데 한국 정부는 어느 순간부터 이 NLL이 서해상 군사 분계선이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상호 합의되지 않는 선은 수많은 충돌을 야기해 왔습니다.

NLL은 정전협정과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위반

•  1953년 7월 27일에 체결된 정전협정에서는 육지와 동해 상에서의 군사분계선을 확정했지만 서해 상의 군사 분계선을 정하지 못했어요. 3개월 뒤에 평화(강화)협상을 열어 정하기로 했죠. 그러나 그 평화 협상이 결렬되게되면서 서해 상에는 군사분계선이 공백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말그대로 '공백 구역'이 된거에요. 다만 한강하구 지역을 공동관리하고 서해 5도에 대해서만 남측 영토로 인정하게 되죠. 덧붙이자면 서해 5도(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에 대해서는 기하학에서의 '점'의 의미의 영토만 인정했어요. 그래서 정전협정 상에서는 그 섬들을 이어서 경계나 구역을 형성할 수 없습니다. 특히 서해 5도 중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를 한 축으로하고 나머지 한 축을 연평도로 했을때 그 거리가 심대하게 떨어져 있어 국제법 상으로도 섬을 이어 영해로 설정할 수 없기도 하답니다.

• 그런데 NLL은 그 서해 5도 보다도 위쪽에 설정되어 있습니다. 서해 5도가 북측 영토와는 20km내면서 서해 우리 영토와는 180km가량 떨어져 있다보니 서해 5도와 NLL 부근에서 남측의 군사행동은 충돌의 요인이 돼왔던 거죠.

• 여기서 중요한 점은 '쌍방'이 합의한 선이 아니면 합법성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인데요, 이 지점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의 '불가침 경계선 및 구역'에 대해서도 "쌍방"이 공동 설치 및 공동 관리해온 것 외에는 어떤 선도 인정하지 않으며 해상 경계선은 앞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확인합니다.

• 그러다 보니 남측이 일방적으로 선언한 NLL에 대해 북측은 인정할 수 없게 되고 NLL부근에서 북한 함정이 넘어오거나 하는 일들도 지난 70년간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요. 그래서 일각에서 주장하는 '묵시적', '실효적' 지배론은 힘을 얻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일방의 선을 확정하는 의미에서 사태를 악화시키기만 해왔죠. 

그럼 어떻게 해결해왔나요? 남과 북 '쌍방'이 합의해 온 과정이었습니다.

1.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쌍방'이 합의한 선이 서해 상에는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남과 북은 하나씩 합의를 해나갑니다. 특히 6월이 되면 중국 꽃게잡이 불법어선이 이 점을 악용해 남과 북 수역에서 불법 조업을 하기도하고 이 과정에서 북측 경비선이 남쪽으로 접근하면서 충돌도 많이 생겼어요. 우리가 알고 있는 연평해전이 대부분 이 과정에서 생겼습니다.2000년 615남북정상회담이 있은 뒤인 2002년 6월, 또다시 서해 상에서 남북 함선이 충돌하는 일이 있었어요. 그러자 남북은 그 해 9월 서해 군사 핫라인을 설치합니다. 그 결과 서해 상 충돌이 없어졌다가 2008년 5월 이명박 정부가 핫라인을 끊자 이듬해인 2009년 3차 연평해전이 발생합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남과 북이 협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에요.
2. 동시에 남과 북은 2007년 10.4선언과 2018년 판문점선언 등 다양한 논의를 통해 서해 평화수역 설정을 합의합니다. 따로 분계선을 두지않고 남과 북이 해당 구역을 공동 관리하자는 합의로 분쟁의 선을 평화의 면으로 만들려는 시도였죠. 안타깝게도 합의가 이행이 되지는 못했지만요.
3. 근본적으로는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을 맺어 남과 북 "쌍방"이 합의하는 결과물을 내놓아야합니다. 그 전까지는 앞서 논의되었던 공동 평화수역 등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합의는 이행될 때 그 가치가 빛날 수 있을 거예요. 그 전까지 서해 접경지대는 한반도의 열점이 될 여지가 매우 농후하답니다...

한반도 긴장이 너무 높습니다.

6월 5일 남측이 북측에 쌀통을 담은 페트병을 보내는가하면 이어 6일과 7일 대북 전단을 수십 만장 살포했습니다. 북측도 이에 다시 대응해 빈 종이 뭉치가 담긴 풍선을 남측으로 날려 보냈습니다. 그리고 6월 9일, 윤석열 정부는 기어이 대북 확성기를 재개했습니다. 몇시간만 가동하고 끄긴했지만,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5년에 대북 확성기로 인해 남북간 갈등이 최고조로 다다랐던 경험이 있었던 걸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적대행위를 멈추는 것이 평화로 가는 첫 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