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회동 열사의 명복을 빌며 이번 ‘노동톡톡’ 시작합니다.

하루 8시간 노동을 쟁취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념하기 위한 노동절, 한 노동자는 대통령 윤석열과 국토교통부 장관 원희룡이 만들어 낸 ‘건폭’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공동 공갈’ 혐의로 영장실질심사(구속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를 받아야 했습니다. 당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에는 건설노조가 채용을 강요하기 위해 집회를 열거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이를 지자체에 신고하는 등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거대 노동조합인 민주노총의 세력과 그들의 간부급 직책을 앞세워 공사업체들을 협박했다”라고 했습니다.

“피해자 ○○건설은… 공사 진행이 원활히 되지 않을 것과 그로 인한 경제적 손해가 발생할 것에 겁을 먹고 피의자의 요구대로 노조원 채용과 노조 전임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긴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검찰의 구속영장 中)

하지만, 경찰이 지목한 피해 업체 5곳 중 3곳은 구속이나 처벌을 원치 않으며 기존의 채용 관행과 협약에 따라 노조 전임비를 지급했다고 처벌불원서(처벌을 원하지 않음)를 제출하였습니다. 지목된 업체의 현장소장은 “회사와 근로자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에 그것을 노동조합 활동으로 보아 전임비는 큰 문제 없이 지급했다”라고 양회동 열사에 대해 “조합원과 회사를 중재하는 역할을 교과서처럼 했을 뿐”이라고 밝혔고 구속영장은 기각되었습니다. 하지만, 끼워 맞추기 수사와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한 검찰은 어떠한 변명도 없습니다.

검찰과 경찰의 ‘건폭몰이’로 건설노조 조합원 1,027명이 조사를 받았고 16명이 구속되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원희룡 장관은 ‘건폭몰이’를 직접 지휘하며 건설현장 ‘불법행위’ 단속에 1계급 특진자를 50명이나 배정(전세사기 특별단속은 30명) 하고 혐의가 없다는 결과에도 불구하고 재수사를 요구하며 답이 정해진 수사를 몰아치고 있습니다. 검찰이 제시한 압수수색 영장의 내용을 보면 현재 진행 중인 ‘건폭몰이’의 실체를 알 수 있습니다.

“비록 피의자들이 단체협약시 피해자들에게 협박 또는 해악을 가한 사실이 없지만,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전임비를 지급하지 않을 시 위와 같이 행동을 통해 이후 회사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생길 수 있는 정황이 충분히 예상된다.” (건설노조 압수수색 영장 中)

실제 피해가 없더라도 일단 털어본다는 식으로 건설노조에 대한 무리한 수사가 시작되었고 공갈 협박범으로 매도하는 정권 그리고 ‘노조 때리기’에 불을 지핀 언론이 건설 노동자 양회동 열사를 죽음에 이르게 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그 죽음마저도 ‘유서 대필’, ‘분신 방조’라고 모욕하고 있습니다. ‘악마의 탈’을 쓴 언론사의 모습을 보며 80년 광주에서 왜곡 보도를 일삼다 불에 타버린 MBC와 KBS 건물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요? 이미 필적 검증을 통해 ‘대필 의혹’은 사라졌고 분신을 방조했다는 혐의는 경찰도 부정했습니다. 언론사의 탈을 쓴 조선일보는 즉각 기사를 내리고 사과해야 합니다.

             노동조합이 채용을 강요한다?

A라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누가 채용한 사람일까요? 다단계 하도급이라고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아주 복잡합니다. 발주처, 시행사. 시공사, 전문건설업체, 소규모 건설업체, 소장, 팀장(오야지) 그리고 건설노동자가 위치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우건설, 삼성물산은 대표적인 아파트 시공사인데 그 이하의 업체에 대해선 알기도 어렵습니다. 구조가 이렇다 보니 팀장이 몇 명씩 데리고 다니면서 현장소장과 계약을 맺고 임금도 대신 받아서 주는 일이 일상이었고 팀장은 소개료 명목으로 금품을 착복하거나(이른바 ‘똥떼기’) 떼먹는 일도 많았습니다. 여기서 문제 나갑니다. 발주처부터 팀장 중에서 누가 사용자일까요?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임금을 받지 못하면 누구를 신고해야 할까요?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실제 근로기준법에서는 팀장과 건설업체 모두를 신고할 수 있도록 규정) 그리고 A현장의 콘크리트 공정이 마무리되면 목수, 철근공, 콘크리트공 등은 이제 다른 일자리를 찾아 나서야 합니다. 직업은 있으나 직장은 매년 아니 매월 심하면 매일 바뀌는 것이 건설노동자의 일상입니다.

이제 여러분이 이러한 현장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한다고 생각해볼까요? A라는 현장에는 무수히 많은 노동자가 있으나 소속은 다릅니다. 사용자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결국 지역별로 노동조합을 운영할 수밖에 없고 활동을 위해선 조합원들이 일할 수 있는 현장을 찾아야 합니다. 특정 업체에 소속되어 계속 일을 할 수는 없는 구조 속에서 현장을 찾는 것은 건설노조의 숙명일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별로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죠. 비단, 이러한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며 미국에서도 건설현장에서 ‘노동조합원만 채용할 것(클로즈드숍 조항)’이라는 협약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은 근로조건의 유지와 개선 그리고 노동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IT 노동조합은 무분별한 야근을 근절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될 수 있고 교육공무직 노동조합은 급증하는 급식실 폐암을 예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찬가지로 건설노조는 불안정한 고용 문제를 해결하고 다단계 하도급에서 발행하는 불이익 그리고 잦은 사고에 맞서야 합니다. 하기에 현장을 찾아가서 조합원에 대한 채용을 요구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게 건설노조의 활동이 되는 것입니다.

현장에 추락방지망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고 노동조합에서 협상 과정에서 지적한다면 그게 문제가 될까요? 윤석열 정권은 건설노조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며 채용을 강요한다고 하는데 저는 그것이 공갈(협박하여 불법으로 이익을 얻는 것)이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은데요.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요?

정리하자면, 건설노조가 조합원 채용과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는 것은 건설노동자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근로조건인 ‘고용’을 보장하는 정당한 노동조합의 활동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윤석열 정권은 노동조합을 ‘악’으로 규정하고 ‘때리기’에만 열중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을 ‘폭력배’로 비유하고 직접 ‘건폭’이라는 말도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진짜 ‘폭력배’는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진짜 폭력배’를 일망타진했다는 소식을 기다려 봅니다.

고 양회동 열사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영원한 건설노동자, '양회동'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