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0일 워싱턴에서 2024한미안보협의회(이하 SCM)가 개최되었습니다. 한미안보협의회는 한미 국방장관이 매년 말 연례적으로 진행하는 고위급 회담으로 향후 한미간 국방전략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회담입니다. 그래서 2024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 내용을 톺아보는 시간이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소 내용이 길지만 쉽게 풀어쓰기 위해 노력했답니다. 꾸준히 읽다보면 한미관계에 대한 이해가 딱!

북한 비핵화는 빠지고, 선제 핵사용은 포함되고

SCM관련 뉴스보도 헤드라인은 '북한 비핵화'라는 단어가 9년 만에 빠졌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동안 북한 비핵화에 목 메왔던 한미당국의 실수(?)라고 보기는 어렵고요, 미국은 지난 4월 국가안보회의에서 비핵화 전 '중간 단계' 조치를 고려할 용의가 있다고 표현했고 집권당이었던 미국 민주당이 8월 정강 발표에서도 북한 비핵화를 삭제한 점들을 미루어볼 때 사실상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에 올라선 상황에서 현실적 판단을 하는게 아닌가라는 분석입니다.

사실 북한의 핵문제의 본질은 북한의 핵이 북한과 미국과의 대결관계의 산물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인데요.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 SCM성명에서 여전히 미국이 2022년 핵태세검토보고서를 근거로한 확장억제(미국의 핵무기로 한국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는 개념)를 제공한다는 내용은 한반도 평화에 달갑지 않는 부분입니다. 왜냐구요? 저 보고서에는 '핵을 선제 사용할 수 있다'는 개념이 포함되어 있거든요. 이번 성명에 포함된 것처럼 '김정은 정권 종말'을 목표로 선제 핵사용이 가능한 미국의 핵무기들이 한반도 인근에 대거 전개될 수 있다는 겁니다. 실례로 SCM이 발표된지 4일만인 11월 3일 제주 근방에 진행된 한미일공군훈련에 미국 전략 핵폭격기 B-1B전개되기도 했죠. 또 한미연합전쟁연습에 '북한 핵사용 대응 시나리오'를 포함하기로도 결정했는데요, 초점은 한미연합전쟁연습이 이제 핵전쟁 연습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내려올 줄 모르고 올라만 가는거죠.

한미동맹. 성격은 핵동맹으로, 지역은 인도태평양(반중국)으로, 범위는 우주포함 다영역으로?!

한미당국은 2023워싱턴선언으로 만들어진 한미 핵협의그룹의 최대 성과로 올해 7월 서명된 '한미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이하 핵작전 지침)을 꼽았습니다. 앞서보았듯 미국은 '핵사용 대응'이랄지 '핵억제'랄지 마치 방어적 핵사용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는데요, 이와는 다르게 사실은 이 핵작전 지침의 핵심 내용은 '미국이 핵작전을 잘 펼 수 있게 대한민국이 재래식 무기를 잘 지원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한국이 미국의 핵작전에 탱크, 병력 등으로 총알받이가 되는거 아니냐는 비판이 있습니다. 이게 거창한 핵동맹의 실체죠. 미국은 단 한 번도 자신의 핵의 타국에 공유하거나 사용권을 협의한 적이 없습니다. 냉정히 말하면 단지 세계 유일 분단국의 재래식 무기가 필요한 거죠.

또 미국의 중국 견제 개념인 인도태평양지역까지 한미동맹 역할을 확대하는 '인도태평양 지역 한미동맹 안보협력 프레임워크'를 승인했다고 공개했어요. 이제 한미동맹이 북한의 위협을 막기위해 존재한다는 말은 옛말입니다. 정확한 내용은 추후 기사를 확인해보아야하나 한미동맹이 한반도를 넘어 미국의 대중국 봉쇄정책에도 이바지해야한다는 건 확실해보입니다. 중국과의 관계는? 무역은?

한미동맹의 범위도 확장되었는데요, 기존의 육해공 중심에서 미사일 대응과 우주, 사이버 영역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주되게는 미국 본토로 향하는 북한과 중국의 미사일에 대해 한국이 정보를 제공하는 것, 즉 미국 미사일방어시스템(미국 MD)에 통합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미동맹의 확장이 한국이 북미, 미중 갈등에 휘말릴 요소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겁니다.

이밖에도 방위산업을 활발히한다는 국방상호조달협정 체결을 목표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 협정은 한국이 미국을 우회해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지원했던 방식을 보다 체계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있는 협정이기도 합니다. '무상제공'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한미동맹, 미국 중심 배타적 군사블럭에 역할을 높이는 중

성명에서는 한반도 유시사 유엔사령부를 중심으로 다국적 공동대응을 해나가기로 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유엔사, 한국 전쟁 당시 만들어졌던 유엔사령부는 유엔의 기구는 아닙니다. 1975년 유엔총회에서 해체 결의안이 통과된 것은 물론 유엔에 보고도, 감사도 받지 않는 그저 미국 중심의 군사 기구일 뿐입니다. 다만 정전협정체제를 관리하는 역할로만 남아 해체되지는 않았던 거죠. 그런데 최근들어 미국은 유엔사를 군사 기능 중심으로 재 활성화하려고 시도중입니다. 그 일환으로 한반도에 특정 상황이 벌어지면 유엔사 소속 국가들이 한반도에 군사적 개입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겁니다. 이 내용은 성명에도 언급되어있듯 1953년 워싱턴 선언에서 이미 확약한 사항이에요. 아니, 우리 나라에 특정 상황이 벌어졌는데 외국 군대가 들어온다? 우리 동의도 없이? 그래서 '1953 워싱턴 선언'은 국내법이나 헌법 위반 소지도 농후하며 유엔사의 역할도 넘어서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국내에서 제기되고 있어요. 한미당국은 최근 가입한 독일처럼 유엔사 회원국도 확대하고 군사훈련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이 밖에 한미일군사훈련, 미사일 경보 정보 공유 강화,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 협력각서 체결 등 한미일 군사동맹을 강화시키는 문제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앵글로 색슨 중심 핵안보협력블럭인 '오커스'(미국, 영국, 호주)의 첨단 무기 협력 '필러 2'에 한국이 참여하는 방안도 찾아가기로 합의했죠. 미국발 배타적인 군사블럭은 현재의 신냉전을 가속화해 지역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하는 역할을 해오고 있는데요, 한국이 유엔사, 한미일군사동맹에 이어 오커스까지 결합하게되면 안그래도 화약고인 한반도가 더욱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으로 변모할 수 있습니다.

레터를 마무리하는 도중 미국 대통령으로 트럼프가 당선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트럼프가 미국우선주의를 펼치게되면 한미동맹에 몰빵 외교를 펼치는 한국은 제 1의 먹잇감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일한 출구는 우리의 운명을 외세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결정한다는 굳은 의지에서부터 찾을 수 있을 겁니다.